가성비? 아니 우린 ‘가잼비’
소비하고, 공유하고, 알아서 홍보하는 ‘펀슈머’ MZ세대
최근 식음료업계는 ‘곰표 밀맥주’, ‘아이셔에이슬’과 같은 품목 간 경계를 허문 이색 조합의 제품 출시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가잼비’를 쫓는 MZ세대의 ‘펀슈머’ 소비 성향을 겨냥한 제품들이다. 구매와 동시에 재미까지 소비하는 MZ세대의 입맛을 맞춘 제품들이 대거 출시되면서 그들의 가잼비 소비는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가잼비’: 가격 대비 재미의 비율을 줄여 부르는 말. ‘펀슈머’: 재미(Fun)와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로 구매 과정에서 가잼비를 지향하는 소비자를 의미한다.)
■ 뻔하지 않은 펀(Fun)한 상품을 쫓는 그들
유명 밀가루 브랜드인 ‘곰표’는 스테디셀러 제품인 밀가루로 MZ세대의 시선을 끌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주류, 의류, 화장품, 스낵 등 다양한 가잼비 상품들을 출시했다. 그중에서도 수제 맥주 기업 ‘세븐브로이’와의 컬래버레이션 결과물인 곰표 밀맥주는 가잼비 제품 흥행에 첫 단추를 끼웠다. BGF리테일에 따르면, 곰표 밀맥주는 출시 3일 만에 첫 물량 10만 개를 완판시키며 품절 대란을 일으켰고, 지난 10월 기준 누적 판매량 2,500만 개를 기록했다.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품목 간의 이색 컬래버레이션 제품들은 가잼비를 선호하는 MZ세대의 흥미를 유발하고 있는 것이다.

곰표 밀맥주의 흥행은 식음료업계의 가잼비를 쫓는 행보에 불을 지폈다. 하이트진로는 ‘참이슬’에 오리온의 사탕 ‘아이셔’를 접목해 선보인 ‘아이셔에이슬’로 출시 한 달 만에 1년 치 판매 물량이 완판시키며 큰 인기를 끌었다. MZ세대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아이셔에이슬’ 구입처를 공유하며 그곳을 순회하는 진풍경까지 벌였다. 이러한 품귀현상은 소비를 통해 재미를 추구하는 MZ세대의 ‘니즈(needs)’를 반영한 결과이다.
■MZ세대의 SNS 공유, 바이럴 마케팅과 시너지 창출
기업들이 MZ세대의 소비 트렌드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들이 시장을 이끄는 소비의 주역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인구 구조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서울시 인구 대비 MZ세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35.5%로, 10명 중 3명이 MZ세대다. 더불어 MZ세대의 경제활동 참가 비율(67.2%)은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의 비율(66.3%)을 추월했다. 이를 통해 MZ세대가 앞으로의 경제활동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을 알 수 있다. 그 때문에 이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충족시키는 것이 향후 기업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진행한 전국 약 12,000여 명 대상의 한국미디어패널조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하루 평균 SNS 이용시간은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점차 증가하는 추이를 보였으며, 특히 Z세대(43.0%)의 경우 베이비부머 세대(26.0%)보다 약 1.7배 더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 시장의 큰손 MZ세대는 기성세대와 달리 SNS에서 소비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것을 즐긴다. 경제활동의 주축으로 떠오르는 MZ세대가 재미를 쫓아 소비하고, 그것을 자신의 SNS에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행위는 자연스럽게 바이럴 마케팅이 되고 있다. 자발적 홍보 창구가 되는 MZ세대의 소비 동향을 기업들이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방윤정 충북연구원 팀장은 "디지털에 익숙한 MZ세대는 소비와 관련한 경험을 SNS에 올려 공감을 얻는다"며, "이러한 경험은 빠르게 공유되고, 유행하는 제품을 만들어낼 정도로 파급력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는 새롭고 재밌는 제품 소비를 하나의 놀이 문화로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MZ세대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가잼비 제품들이 더욱 다양하게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취재, 글=박은희 기자
⦁ 참고자료
BGF리테일, 보도자료 '없어서 못 팔던 곰표 밀맥주, CU에 300만 개 풀린다', 2021.04.28.
하이트진로㈜, 보도자료 '하이트진로, 강력한 짜릿함 ‘아이셔에이슬’ 한정판 앵콜 출시', 2021.04.22.
신지형, 「밀레니얼세대와 Z세대의 미디어 이용」, KISDI STAT Report,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