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같이 싸우자”, 사업장을 넘어 연대하는 청소노동자

한 자리에 함께한 성공회대와 유한대 청소노동자


▲ 왼쪽부터 순서대로 박은자 씨, 임정자 씨, 선동진 씨 인터뷰 자리. ⓒ오현주 기자
▲ 왼쪽부터 순서대로 박은자 씨, 임정자 씨, 선동진 씨 인터뷰 자리. ⓒ오현주 기자


11월 16일, 서울시 구로구 부근에 위치한 성공회대학교와 유한대학교의 청소노동자가 한자리에서 만났다. 성공회대 청소노동자 박은자 씨와 임정자 씨는 투쟁으로 노동 환경을 개선해온 경험을 공유하고, 유한대 청소노동자 선동진 씨는 현재 지속되는 부당한 노동 환경을 전했다. 이들은 서로 닮아있던 노동 환경을 공감하고 연대의 다짐을 보였다.


2020년 3월, 성공회대에서 청소 용역 업체의 청소노동자 부당해고와 소장의 갑질에 대한 문제가 드러났다. 성공회대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학생모임 ‘가시’와 청소노동자들은 학교 측과 용역업체에 부당해고 철회 및 소장 교체를 요구했고, 약 4개월간의 투쟁 끝에 노동자의 복직과 소장 교체를 이뤄냈다. 가시 활동가 기민형 씨는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는 사업장 하나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고, 당장 옆에 유한대학교, 전국,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성공회대 안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대외적으로도 활동하고 있다”며, 유한대학교와 LG트윈타워, 아시아나케이오 등의 노동자와 연대하며 활동 범위를 넓혀왔다고 한다. 이처럼 연대의 확장을 모색하기 위해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만나고자 가시를 통해 성공회대와 유한대 청소노동자가 모이는 자리를 마련하여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 성공회대와 유한대 청소노동자들의 만남


한자리에 모인 세 노동자는 청소노동자다. 성공회대의 박은자 씨, 임정자 씨는 아침 7시부터 강의실을 청소한다. 각 층에서 나온 쓰레기들을 분리수거 하기도 한다. 선동진 씨도 7시부터 유한대의 외곽을 청소한다. 혼자 낙엽을 쓸고, 분리수거를 한다.

박 씨는 남편이 떠나며 대신 가장이 되었다. 직장을 찾다가 집과 가까운 성공회대에서 일하게 됐다. 임 씨는 노동자는 야쿠르트 방문 판매원이었다. 실적에 따라 급여가 달라지는 이전 직업과 다르게, 노동 시간이 정해져 있는 현재 일에 매력을 느꼈다.

선 씨는 다른 회사에서 영업사원을 했다. 출장이 잦다 보니 개인 여가시간,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적었기에 4시에 퇴근할 수 있는 유한대에서 일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전기기사 자격증에 관심이 있어 시설 경비 노동자로 들어왔지만, 수면 시간이 보장되지 않아 청소 노동으로 바꾸었다.

박 씨와 선 씨는 구면이었다. 성공회대에서 해고 투쟁이 있을 때 유한대에서 근무하는 박 씨의 친구가, 같은 노조 지부장끼리 서로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선 씨를 소개해준 것이다. 이를 계기로 둘은 모르는 것을 물어보며, 종종 연락을 주고받는다.


■ 유한대, 노조결성 이후 감시·차별·따돌림 심해


▲ 선동진 씨. ⓒ오현주 기자
▲선동진 씨. ⓒ오현주 기자

일의 환경을 물어보니, 선 씨는 사업장의 열악함부터 토로했다. “유한대 처음 왔을 때 저는 진짜 깜짝 놀랐어요.” 막대한 권한을 가진 반장의 갑질이 심했고, 다른 노동자들은 반항도 못 하고 일을 했다. 학교 측에 잘 보여야 한다는 이유로, 다른 용역 회사의 일들까지 자신이 속한 용역회사 노동자들이 했다. 그래서 그는 사업장에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노조를 만든 대가는 혹독했다. 혼자 1만 1,000평이 넘는 유한대의 외곽을 청소하게 됐다. 원래는 4명이 하던 일이었다. 요즘같이 낙엽이 많이 떨어지는 시기에는, 한 달 동안 30에서 40t의 낙엽을 처리한다. 게다가 건물 내부에서 나오는 무거운 쓰레기까지 직접 옮긴다. 혼자 일한다는 이유로 휴게실도 없다.

홀로 일하기도 하지만, 사업장 내에서 따돌림을 당하기도 했다. 10년 동안 터줏대감이었던 ‘오 반장’은 동료 노동자들한테 ‘선동진을 잘라야 한다’고 설득했다. 자신이 시킨 일을 하지 않아서 그랬다고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선 씨가 노동조합을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오 반장은 학교 측 직원 ‘윤 씨’와 결탁하여 노조를 탄압하고 근무환경을 통제하고 있다.

열악한 근무환경에는 노조 탈퇴 공작과 CCTV 감시도 있었지만, 더 심각한 건 과도한 화학약품 사용이었다. 오 반장은 필요 이상의 광택을 내도록 했고, 이것은 과도한 화학약품 사용으로 이어졌다.

“K1, K2, PB1 이런 박리제를 1년에 거의 100통을 쓴다.” 박리제는 고목에 뿌렸을 때 3개월이면 나무가 죽을 정도로 독하다. 그런데 유한대는 원액을 다량으로 사용한다. 박리제를 쓸 때는 연막처럼 연기가 나는데, 과도하게 쓰면 몸에 마비가 오고, 눈에도 이상이 온다. 피부에 닿으면 화상이 생긴다. 이 때문에 실제 쓰러진 동료도 있었다.

“아이 깜짝 놀랐어.” 임 씨는 이를 듣고 놀라워했다. 박 씨에 따르면 성공회대학교는 약품을 희석해서 쓰고, 1년에 한 바가지에서 두 바가지를 쓴다고 했다. 학교 측에 시정 요청을 했는지 묻자 선 씨는 학교 측에 교섭을 요청했고 현재는 미뤄진 상태라고 전했다. 더불어 학교 측에서 요구에 응하지 않을 시, 화학약품 사용과 관련해 환경부에 알리고 노동 탄압을 언론에 제보할 것이라 답했다.


■ 성공회대, 투쟁 이후 근무환경 개선돼


▲ 임정자, 선동진 노동자. ⓒ오현주 기자
▲ 임정자, 선동진 노동자. ⓒ오현주 기자

“유한대를 보면 꼭 우리의 과거를 보는 것 같아요.” 성공회대 노동자들은 선 씨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공감했다. 더불어 청소, 미화 분야의 근무환경은 열악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전 성공회대에서는, 소장의 갑질이 심했다. 유한대와 다르게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반장을 해체하고, 자신의 말을 잘 듣는 사람들을 앉혔다고 한다. 자르겠다는 협박도 빈번했다.

성공회대 청소노동자들은 노조에 가입하려 했을 때, 블랙리스트에 적혀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도 되었지만, 노조에 가입한 후 만족도는 매우 높았다. 소장을 상대로 노동자들이 뭉치면서 임 씨는 ‘옳고 그름도 판단하고, 힘도 생겼다’며, 이제는 불이익을 당해도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근무환경 자체도 변했다. 갑질하던 소장은 교체되었고, 순환 업무는 3년에 한 번에서 1년에 한 번으로 바뀌며 업무 분담도 골고루 분배되었다. 학교 직원들도 노동 환경과 관련해서 이전보다 세심하게 고려하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바뀐 근무환경에 대해 임 씨는 “지금 유한대 얘기 들어보면 환경 자체가 내가 아무리 긍정을 하래도 이런 환경이면 긍정이 안 되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그런 게 많이 개선됐어요. 그래서 개선될 부분은 이렇게 모여서 또 개선되어 갈 수도 있는 환경이고 그래서 되게 기쁘게 할 수 있어요”라고 했다.


더불어 박 씨는 노동자끼리 단단하게 뭉쳐 있다고 확신한다며, 늘 동료와 의견을 공유하며 노조를 어떻게 이끌어 갈 건지 생각한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까 좀 더 자신도 생기고 단단해지고 의지도 하고 그러는 것 같아요. 그래서 힘이 많이 돼요. 서로”

또한 박 씨는 성과를 얻는 데 학생들의 연대도 매우 힘이 되었다며 자신이 받았던 연대의 힘을, 현재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서울대와 연세대학교 청소노동자들과 만나며 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 사업장을 넘어 뻗어 나가는 연대


인터뷰 내내 이들은 서로의 노동 환경을 알아가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선 씨는 이런 자리를 통해 어떻게 변화를 같이 좀 모색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노동환경은 바뀌어한다며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라며 결의를 다지기도 했다. 박 씨는 청소 노동자 개개인들이 맞서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연대 가야죠. 그럼 당연히 할 거예요”라며 힘을 보태고 싶다고 전했다.


가시 활동가 기 씨는 2020년도 3월 부당해고 문제 해결에 있어서 “당사자뿐만 아니라 학생들, 지역에서 활동하는 주민, 그리고 시민단체 등 많은 이들이 함께했다”고 말한다. 투쟁 후 노동자들은 ‘함께 하는 투쟁’을 과거의 경험으로 끝내지 않고, 다른 이들과의 연대로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서로 다른 사업장의 한 개인으로서 그리고 같은 청소노동자로서 노동 권리를 지키고자 힘쓰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옆에 함께 하는 사람들을 통해 더욱 서로를 지킬 수 있는 힘을 경험하고 있다고 말한다.


가시는 현재 유한대 청소노동자 노동 환경 문제에 대해 연대 투쟁을 계획 중에 있다고 한다. 인터뷰 자리에 있던 성공회대 박은자 씨, 임정자 씨, 유한대 선동진 씨 그리고 가시 활동가 기민형 씨 모두 입을 모아 함께 해보자는 말을 건네며 곧 다시 만날 날을 약속했다.












취재, 글=김경호·박상은·이주영·오영서·오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