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기부 포털의 ‘가난 타자화’와 왜곡
구조적 문제 은폐로 근본적 해결에 장애 될 수도
최근 새로운 기부 형태인 ‘크라우드 펀딩’ 모금이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소액 단위로 모금이 가능하고, 포털에서 쉽게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부 형식이 다양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내용적 측면에서는 여전히 후원 독려를 위한 동정심이 부각되고 있다. 특히나 유명 포털에서 운영하는 ‘해피빈’에서는 그 심각성이 두드러진다.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의 ‘기빙코리아2020′ 보고서는 사람들의 기부 동기로 ‘사회적 책임감(30.8%)’과 ‘동정심(29.3%)’을 주로 꼽았다. 이전과 달리 ‘사회적 책임’이 1위로 올랐지만, 이는 2위인 ‘동정심’과 불과 1.5% 차이었다. 물론 사회적 책임감과 더불어 동정심을 느끼는 배경은 기부자 개인에게 있을 수 있지만, 기부 포털과 캠페인 방식 역시 계기가 될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예시로 해피빈을 들 수 있다. 해피빈은 온라인 기부 포털으로, 2005년부터 약 1천만명 이상(1,076만 9,816명)의 사람들이 총 1,760억 4,207만 6,513원을 해피빈을 통해 기부할 만큼 규모가 크다. 현재도 해피빈에서는 970개의 기부캠페인이 진행 중이다. 그중 아동청소년, 어르신, 장애인 등에 대한 비중이 71.1%로 압도적인데, 해당 캠페인은 사회적 약자가 빈곤한 구조에 놓이는 상황을 진단하기보다, 포털 이용자의 순간적인 감정을 자극하는 사진과 서사로 전개된다.
김지숙(2017)은 ‘빈곤포르노현상에 대한 비판적 연구’를 통해 이러한 해피빈의 기부 유도 전략을 비판한다. 그는 기부 포털이 가난을 포털 활성화의 도구로써 활용하는 방식 분석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작하여, 해피빈에서 진행된 몇 가지 캠페인을 상대로 연구했다. 조영아(2021)은 대상화를 “사람이 주체적인 존재가 아닌 하나의 도구나 수단이 되는 현상”이라 정의했다. 이 개념을 차용해 가난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빈곤한 사람을 수단 삼고, 미디어를 통해 빈곤에 대한 문제의식보다 편견이 강화되는 현상을 ‘가난의 대상화’라고 일컫는다.
해당 가이드라인은 현재 진행되는 캠페인에도 적용할 수 있다. 해피빈에서 ‘아픈 엄마에게 삼형제는 희망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캠페인을 가이드라인에 적용하여 분석해봤다. 분석 결과, 해당 캠페인은 내용적 측면에서 기부 대상자를 주체적이기보다는 무능력함을 강조하여 수혜자와 기부자 사이의 수직적 관계를 형성했고, 사회적 약자가 처한 문제를 사적으로 접근했다. 또 한부모 가정이 불우하다는 일반화와 편견을 심화하기도 했다. 해당 캠페인에서 포털 이용자가 능동적으로 빈곤을 인지하는 것이 아니라 호명으로 인해 이끌려 기부에 참여하도록 만드는 방식도 확인할 수 있었다.
기부 포털에서 이용자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자극적으로 캠페인을 구성하는 방법은 종종 미디어가 빈곤을 다루는 방법과 맞닿아있다. 민중의 소리 정성철 반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미디어에서 배경으로 이용되는 빈곤은 실제 가난한 사람들의 실상을 왜곡하고, 이런 미디어의 행태는 가난한 사람이라면 주는 거에 감사할 줄 알고 고분고분해야 한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인식의 바탕이 된다”고 말한다. 도움받을 수밖에 없는 수동적 존재로 낙인찍히고 후원자와 수직적 관계로 타자화되는 것과 자극적이고 모자이크 처리되지 않은 사진, 그리고 자세한 사정 나열로 호명화 시키는 것은 인본주의적 가치를 훼손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빈곤 문제를 개인화 하는 방식은 구조적인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하게 한다. 이는 가난의 굴레를 끊지 못하게 하고, 후원자들에게 받은 모금비가 일시적인 해결책이 되도록 만든다. 정 활동가는 “미디어에 가난한 사람들의 현실이 있는 그대로 조명되지 않는다면, 빈곤을 만들어내는 구조가 함께 비춰지지 않는다면,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낙인과 차별 그리고 빈곤문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다”고 전한다.
미디어에서 지속되는 ‘가난의 대상화’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4년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에서 ‘미디어 관계자들이 지켜야 할 10가지 기본원칙’을 제시했다. 해당 10가지 기본 원칙이 ‘아동’을 기준으로 만든 원칙이지만, 그들이 ‘아동이 사회적 약자 가운데에서도 가장 취약한 상황이기 때문에 만들었다’고 밝힌 만큼 아동이 대표하는 취약성이 다른 사회적 소수자에게도 해당될 것이다.

기부는 분명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으며, 온라인 포털은 더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이끄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주목과 경제성이 직접 연결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는 여전히 빈곤을 다룰 때 과도한 대상화가 지속되고 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대상화의 반복은 구조적 문제에 대해 인식하기 어렵게 만들고,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한 공감과 연대를 이끌기 어렵게 한다. 더욱 평등하고 안전한 기부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기 위해 앞선 ‘10가지 기본원칙’을 가이드라인으로 가져가며 기부 대상과 더불어 빈곤의 구조 역시 관심을 갖는 방식이 필요해 보인다.

취재, 글= 박예은 기자
⦁ 참고문헌
김지숙. (2017)."빈곤포르노현상(Pornography of Poverty)에 대한 비판적 연구." 국내석사학위논문 경희대학교 공공대학원, 2017.
조영아. (2021). 대상화 개념과 여성주의 역설 – 누스바움의 이론을 중심으로 -. 철학탐구, 61(), 136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