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강국인가, 콘텐츠 강국인가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제작된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대히트를 쳤다. 2021년 11월 기준으로 쟁쟁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프로그램을 제치고 역대 시청 순위 1등을 차지했다. 이는 2위 브리저튼이 기록한 8,200만 계정 시청 기록의 두 배에 달하는 압도적인 1등이다. 또한 제작비 측면에서도 높은 마진을 남겼다. 오징어게임은 200억 원 상당의 비용으로 제작이 이루어졌다. 이는 흥행 기록 2위인 <브리저튼> 제작비의 25% 남짓이었다. 이로 인해 넷플릭스의 주가 역시 상장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한국의 콘텐츠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게 되는 것은 물론 좋은 현상이다. 하지만 <오징어게임>의 흥행 소식이 연일 이어지면서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OTT 산업 구조에 대한 회의적인 의견들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국내 OTT 산업의 중심에는 통신사가 있다. 넷플릭스는 한국의 네트워크망 사용료 무임승차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망 사용료란 온라인 콘텐츠 기업들이 통신사가 제공하는 통신망을 이용하는 대가로 지불하는 금액이다. 넷플릭스가 한국 통신사에 망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주장은 단호하다. 넷플릭스는 일본, 홍콩에 자체 콘텐츠전송네트워크(이하 CDN)를 통해 데이터를 보낸다. 대한민국의 CDN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망 이용료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다. 이와 반대로 이번에 새롭게 국내 출시되는 외국 OTT 서비스, 디즈니 플러스는 오랜 기간의 논의 끝에 자체 CDN이 아닌 한국 CDN을 사용하면서 망 사용료를 지불하기로 최종 결정이 났다. 이 논의로 디즈니 플러스의 국내 출시일이 외국에 비해 2년이나 늦춰졌다. 넷플릭스에는 망 사용료를 받아내지 못한 국내 통신사들이 열심히 목소리를 낸 결과이다. SK브로드밴드는 여전히 넷플릭스와 망 사용료에 관해 서로 법적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렇듯 통신사가 요구하는 천문학적인 망 사용료에 국내 온라인 콘텐츠 기업의 상황도 좋지 않다. 많은 이들이 과거 판도라TV, 엠군 등의 국내 모바일 동영상 시청 플랫폼을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광고 게재로 인해 사용자의 불만이 증가했고 현재는 모두 유튜브에 밀리며 아류 플랫폼으로 변질했다. 이러한 현상에도 속사정이 있다. 국내 온라인 콘텐츠 기업은 통신사에 망 사용료를 필수적으로 지불해야 한다. 특히 영상의 화질이 높아질수록, 길이가 길어질수록 그 사용료는 배로 올라간다. 2016년 기준으로 네이버는 734억 원, 카카오는 300억 원, 아프리카 TV는 150억 원가량의 망 사용료를 지불했다. 거대 공룡 기업이 아닌 이상 온라인 콘텐츠 관련 국내 스타트업은 함부로 발도 디딜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우리나라의 문화 콘텐츠가 전 세계의 관심을 받는다. 이제는 전 세계가 대한민국을 주저 없이 콘텐츠 강국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러한 성공이 계속해서 자주적이지 못한, 넷플릭스와 같은 해외 기업을 통해 보여진다는 점은 상당히 아쉽다. 합리적인 국내 시스템이 절실한 상황이다. 국내 콘텐츠가 국내 제작, 유통 시스템을 거쳐 자주적인 순환 사이클이 형성되어야 한다. 콘텐츠들의 전 세계적 흥행이 국익으로, 또 그 국익이 다시 콘텐츠 제작으로 이어지는 순환 고리의 형성은 더 큰 콘텐츠 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발걸음이다. 이 문제를 인식하여 적극적이고 강단 있는 대안 제시가 필요한 시점이다.

글=박재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