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제작 환경 바꿨다
콘텐츠 내용, 송출, 제작 분야 괄목할 만한 변화 이끌어
넷플릭스는 다양한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으며, 기획부터 배급까지의 사업에 관여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넘어 기존의 한국 콘텐츠 창작 환경과는 다른 대안을 제시하며 콘텐츠의 내용부터 송출까지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국내 OTT 업계의 시장 점유율 1위는 단연 넷플릭스다. 이데일리에 따르면 2021년 9월 기준 넷플릭스의 국내 OTT 시장점유율은 47%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2017년 영화<옥자>를 시작으로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제작한 <킹덤>, <오징어게임> 등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들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기도 했다. 특히 <오징어게임>은 넷플릭스 순위가 집계되는 83개국 모두에서 1위를 하는 기록을 세웠다.

■ 넷플릭스가 제시한 콘텐츠 시장의 변화 3가지
넷플릭스는 기존 한국 콘텐츠 제작 환경과는 달리, 새로운 콘텐츠 제작 내용과 콘텐츠 배급 방식 등을 제안한다. 여러 제안 중 한국 제작자들에게 호평을 얻는 세 가지 차이점에 주목하고자 한다.
먼저 넷플릭스가 극장 외 개봉이 가능한 플랫폼이라는 점이다. 넷플릭스를 통해 ‘극장 밖의 영화’라는 수식어가 등장했다. 2018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공개된 <페르소나>는 배우 이지은을 주인공으로 하여 4명의 감독이 각기 다른 단편영화를 만든다는 콘셉트의 작품이었다. 영화 <콜>, <승리호>는 2020년 극장 개봉 예정이었으나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하기로 결정했다. 기존의 극장을 통한 개봉이 아니라 제작사인 넷플릭스에서의 공개라는 새로운 선택지가 생긴 것이다. 또한 2021년 영화 온라인 시장 전망 이슈페이퍼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 온라인 영화시장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전체 영화시장 매출의 76.6%인데, 한국은 42.9%에 그친다. 이는 한국 온라인 영화시장이 앞으로 더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그 다음으로는 주제의 다양성 확장이다. 넷플릭스는 ‘창작자의 자율성을 보장해 주는 투자처’ 이미지를 강하게 가지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의 제작사 스튜디오 329의 윤신애 대표는 씨네 21과의 인터뷰에서 “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곳은 넷플릭스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기존 방송사에선 이런 아이템 자체를 시도하기 어렵다”며 “OTT와 방송사는 비즈니스 구조 자체가 다르다. 넷플릭스는 <인간수업>의 2화 대본만 보고 바로 제작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글로벌 OTT의 등장은 콘텐츠 제작 프레임 자체를 바꿔 놓았다며, 로맨스 코미디에만 주력했던 한국의 콘텐츠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이 달라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는 안정적이고 공정한 거래다. 한국 콘텐츠 진흥원이 발간한 ‘콘텐츠 산업 10대 불공정 행위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문화산업은 문화상품을 제작하는 단계와 소비자에게 유통하는 단계로 나눌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유통 단계에 있는 문화상품 사업자가 제작자에게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가지게 된다. 같은 보고서에서 영화 분야에 나타나는 불공정행위로 ▲문화상품 사재기 행위 ▲현저히 낮은 대가 책정 ▲납품 후 재작업 요구 및 미보상 등을 짚었다. 그러나 넷플릭스와의 협업에서는 환경이 달라진다. 특수분장 전문 기업 ‘셀’의 황효균 대표는 넷플릭스 파트너 데이에서 “넷플릭스는 체계적인 제작 환경을 제공하며, 물리적 지원뿐만 아니라 일정 및 예산 관리를 통해 충분한 사전 제작 기간을 확보한다. 덕분에 시간에 쫓겨서 품질을 낮출 필요가 없고 각 단계마다 창작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열악한 한국 창작 환경에 새로운 대안이 제시된 것이다.
■ 국내 제작사 전략적 제휴로 글로벌 OTT 방어 가능할까
그러나 넷플릭스라는 초국적 OTT 플랫폼의 독점으로 인한 문제들도 있다. 2021년 9월 기준 넷플릭스의 국내 OTT 시장점유율은 47%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 OTT 시장에서의 글로벌-로컬 OTT 간 경쟁상황 시나리오 분석’에서 손창원, 박주연은 국내 OTT 사용 시나리오를 네 가지로 분류한다. 경쟁과 독점, 글로벌과 로컬이 기준이 되어 나뉜 그래프에서는 예상 시나리오를 ‘글로벌 OTT 독식’, ‘국내 OTT 간 제휴 합병’ ‘OTT 춘추전국 시대’ 등으로 제시한다. 현재 상황으로 보면 넷플릭스의 점유율이 절반에 가까운, ‘글로벌 OTT 독식’의 시나리오에 해당하는 것이다.
한국방송학회에서 진행한 ‘OTT 플랫폼 사업자의 경쟁력 제고 및 활성화 방안’ 세미나에서 노동환 콘텐츠 웨이브 정책협력팀장의 발제에서는 콘텐츠 제작 및 거래에서의 이슈로 국내 OTT에 대한 경쟁 제한 행위를 꼽았다. 다양한 콘텐츠를 수급하기 위해 OTT 간 수급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비용이 커져, 투자 자본이 넉넉한 넷플릭스를 제외하고는 경쟁 제한이 발생할 우려를 이야기한 것이다. 이에 같은 세미나에서 이상원 경희대학교 교수는 국내 시장에 진출하는 글로벌 사업자들에게 대응하기 위해서 국내 미디어 사업자들의 전략적 제휴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2021년 3월에는 6개의 국내 중견 제작사가 글로벌 OTT 플랫폼 진출로 인해 급변하는 한국 영화산업에서 회사를 운영하기 위해 연합 법인 플랫피(plat P)를 설립했다. 플랫피는 계약된 소속 프로젝트의 에이전시 역할을 한다. 프로젝트를 업계에 소개하고, 투자를 유치한 뒤 공동제작에 참여하기도 한다. 플랫피의 김성우 제작자는 씨네 21과의 인터뷰에서 각 제작사에서 제시한 프로젝트를 플랫피의 라인업으로 만들고, 법인 형태를 갖춰 기획, 투자, 제작 등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플랫피를 만든 목적이라고 말했다. 최아람 제작자는 같은 인터뷰에서 플랫피에 참여하는 단위는 초기에 연합 법인을 낸 여섯 개 제작사에 한정된 것이 아니며, 시나리오 작가, 감독, 프로듀서 등 새로운 개별 프로젝트를 가지고 있는 창작자도 계약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내의 신인, 기성 창작자들에게 기회를 주고, 다양성을 추구하는 방법을 모색한 결과물이다.
넷플릭스 뉴스룸에서 2021년 9월 제공한 글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한국 콘텐츠에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약 7,700억 원을 투자했으며 2021년에는 약 5,500억 원의 투자를 예고했다. 이는 넷플릭스가 한국을 콘텐츠 생산의 중요한 파트너로 여긴다고 읽을 수 있다. 넷플릭스가 한국의 창작 생태계에 진입하면서, 그 파급력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넷플릭스는 창작자에게 만족스러운 창작 환경을, 제작사에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하며, 콘텐츠 소비에서도 새로운 형태를 제시했다. 그러나 넷플릭스의 콘텐츠 수급, OTT 시장 독과점에는 여러 문제가 있다. 넷플릭스와 같은 초국적 OTT를 경계하며, 동시에 국내 제작자를 보호하고 콘텐츠 제작 환경을 개선하려는 조치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취재, 글 = 박에스더 기자
⦁ 참고자료
넷플릭스 뉴스룸, 「콘텐츠의 힘은 어디까지일까요?」, 2021.09.28.
영화진흥위원회, 「2021년 영화 온라인 시장 전망」, 2021.
김성훈, 영화 제작 연합 법인 플랫피 – 변화하는 산업 환경을 함께 헤쳐나간다, 《씨네 21》, 2021.03.25.
한국방송학회 유튜브 채널, “OTT 플랫폼 사업자의 경쟁력 제고 및 활성화 방안” 세미나, 2020.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