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다수결 ‘민주주의’ 속 인권은 어디에


중앙대 ‘성평등위원회’ 폐지와 성공회대 ‘모두의 화장실’ 설치 문제


10월 8일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성평등위원회(이하 성평위)가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게시된 익명의 폐지 연서명을 시작으로 투표를 거쳐 폐지됐다. 같은 해 5월, 성공회대학교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 사업 ‘모두의 화장실’ 역시 화장실 설치 찬반에 대한 연서명 게시물이 올라오며 다수결 민주주의 에 대한 여론이 지속되고 있다. 다수결과 함께 거론되는 민주주의는 인권 사업에 있어 어떻게 작동하고 있을까.


페미니즘을 기조로 한 성평등위원회는 평등하지 않다?


지난 10월 8일, 중앙대학교 성평등위원회(이하 성평위)가 폐지되었다. 이번 성평위 폐지는 총여학생회(이하 총여)의 대안기구로 출범한 자치기구로서는 첫 폐지의 사례였으며, 익명의 연서명 발제자의 제안으로 인한 확대운영위원회의 투표를 통해 통해 결정됐다.


성평위 부위원장 홍윤(이하 홍윤 부위원장)에 따르면 성평위는 총여를 계승하여 성평등 문화와 반성폭력 문화의 확산을 위해 협력하는 특별기구로서 학생자치 차원에서 성폭력을 해결하기 위해 활동했다. 또한 성평등한 문화조성을 위해 내부에서 세미나 등의 활동을 지속했다. 그 외에도 정혈대 지원 사업과 비대면 환경에서도 위안부 피해자의 날 등의 기념일 게시물 등을 올렸으며 온라인 퀴어 문화축제도 기획했다. 하지만 성평위의 활동에 ‘특정 대상만을 위한 기구다’ ‘제한된 이용자들의 독식이다’ 등의 비난이 지속됐다.

▲ 지난 11월 9일, 중앙대학교 성평등위원회 부위원장 홍윤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오현주 기자
▲ 지난 11월 9일, 중앙대학교 성평등위원회 부위원장 홍윤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오현주 기자

그 비난은 점점 커져 지난 9월 30일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한 학우의 연서명제안으로 이어졌다. ‘중앙대 확대운영위원회는 이 연서명을 받아들여 성평위 폐지 안건을 상정했다. 이날 진행된 투표 결과는 출석 인원 101명 중 찬성 59명(58.41%), 반대 21명(20.79%), 기권 21명(20.79%) 무효 15명(14.85%)로, 곧 성평위 폐지가 가결되었다.

해당 연서명 발의자는 “페미니즘을 기조로 활동하는 성평위는 학내 성평등 문화를 확산하고 성평등을 수호하는 것이 아닌 특정 성별만 생각하는 편향된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고 안건 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더하여 10월 29일, 중앙대학교 총학생회는 SNS에 성평등위원회 폐지를 “‘페미니즘의 백래시’로 규정하고 폐지과정을 함부로, 단편적으로 해석하는 행위를 멈춰야한다.”라는 입장문을 게시했다.

그동안 성평위는 ‘평등해라’, ‘정상적으로 행동해라’, ‘기존의 것들을 답습하라’ 등의 요구를 받아왔다. 성평위는 기념일 카드뉴스에서 무지개 이모지를 썼다는 이유로 에브리타임에 익명의 학우가 소수자에 대한 혐오 발언들을 게시하기도 했다. 홍윤 부위원장은 “앞선 상황들을 종합해 보았을 때 이 상황이 작용에 대한 반작용, 즉 백래시”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러한 사태를 백래시라고 부르지 말자’라고 말하는 것은 해석을 제한하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성공회대의 ‘모두의 화장실’ 설립에 대한 총투표 발의안


성공회대학교 제36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총 비대위)는 ‘모두의 화장실’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모두의 화장실’이란 기존의 성 이분법적, 비장애인 중심, 성인 중심인 화장실에서 벗어나 젠더 구분이 없고, 장애인도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화장실을 뜻한다. 또 ‘모두의 화장실’은 어린이와 동행하는 부모를 위한 기저귀 교환대와 생리컵을 사용하는 사람을 위해 세면대가 변기와 가까이 위치해 있기도 하다. ‘모두의 화장실’ 설립을 위해 총학 비대위는 설문조사와 공론장, 특강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모두의 화장실’ 설립 사업은 시작부터 “왜 나의 등록금을 써서 소수를 위한 화장실을 만드냐”, “왜 동의 없이 화장실을 만드냐” 등 비난에 휩싸였다. 소모임 학내 민주연구회는 대자보와 SNS를 통해 모두의 화장실 설립에 반대하는 공식 입장을 발표하며 “민주적으로 설치되기 위해서는 다수결을 위한 총투표를 하자”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에 문봄 총 비대위 인권국장은 “내가 가진 조건 때문에 차별을 받고 있는데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다수결을 통해 다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면 사실 말이 안 되는 일”이라며, “애초에 이 주제가 특별히 가시화 되지 않으니까 이런 주장을 할 수 있었던 게 아니냐”고 했다.

홍윤 부위원장과 문 인권국장은 각 단위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난무했던 에브리타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에브리타임은 ‘좋아요’가 10개가 넘어가는 순간 ‘HOT 게시물’로 분류된다. 이에 홍윤 부위원장은 에브리타임의 여론이 과잉대표 되었다고 주장했다. 문 인권국장은 “진정한 공론장은 자신이 내뱉은 말에 대한 책임을 지는 공간인데 그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있으니 에브리타임을 공론장으로 보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인권사안을 ‘다수결’로 결정할 수 있나


중앙대학교 성평위 폐지와 성공회대학교 ‘모두의 화장실’ 설치를 둘러싸고 반복되는 양상을 조명할 때, ‘사회적 합의’로 설명되는 다수결의 논리가 인권기구의 존폐를 판단하는 척도가 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 대해 홍윤 부위원장은 “인권기구의 존재를 허락하고 허락하지 않는 자가 누구인지를 항상 긴밀하게 봐야한다”고 짚었다. 이어 그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은, 본질적인 것을 보려 하는 게 아니라, 소수자의 사회적 위치를 주류 담론 속에 한정하는 것”이라고 상황을 진단했다.


문 인권국장은 상황에 대해 “당장 시급성을 인지하기 못하기 때문”이라며, “‘사회적 합의’, ‘시기상조’ 들의 단어들이 다수자나 이미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언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사회적합의 와 그 ‘시기’라는 것이 주관적인 척도이기에 인권 사안들을 끝까지 미룰 수 있는 근거와 핑계가 될 수도 있다”며 주장했다.

중앙대학교 성평위와 성공회대학교 ‘모두의 화장실’이 마주한 반동의 방식과 내용이 비슷했다.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약자들을 배제하는 논리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문봄 인권국장은 이에 대해 청년 세대의 분노가 기득권이 아닌 사회적 약자를 향해서 표출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구조적인 문제이며, 따라서 연대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취재, 글= 오현주 기자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