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말과 혐오, 에브리타임은 ‘익명의 무법지대’인가
공식적 소통 창구 활성화로 소통의 부재와 왜곡 해소해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수업 장기화로 성공회대 학생들의 온라인 소통 창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성공회대 재학생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재 재학생들이 학내 정보를 얻기 위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온라인 소통 창구는 에브리타임이다. 한편 에브리타임 사용에 있어서 불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와 그에 대한 대안이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해 1학기부터 성공회대는 수업 방식을 비대면으로 전환했다. 갑작스러운 비대면 전환이 점차 장기화되는 추세에서, 학생들 역시 비대면 수업과 온라인 소통 창구를 통해 대학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 소통 창구에 의존하게 되는 상황에서 현재 재학생들이 사용하는 온라인 환경이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 학내 정보 전달 창구 부족 메워주는 에브리타임
성공회대 재학생 9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온라인 소통 창구를 이용하는 목적으로 '학사 관련 정보 수집 및 공유'를 고른 응답자가 81.3%였고, '학내 여론 파악' '교우관계 형성 및 친목 도모'를 고른 응답자는 각각 15.4%, 3.3%였다. 이러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응답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온라인 소통 창구는 에브리타임(76.9%, 중복선택)이었다.

한편 학생들의 수요가 높은 만큼 에브리타임은 제역할을 해내고 있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반수의 응답자들은 에브리타임이 앞선 온라인 소통 창구를 이용하는 목적에 부합하지 않다(그렇지 않다 40%, 전혀 그렇지 않다 15%)고 답했기 때문이다. 이어 응답자들의 다수(83.5%)가 에브리타임 사용에 불편함을 느낀다고 말했고, 불쾌한 말투(67.6%), 차별적 혐오 표현(59.2%), 부정확한 정보(46.5%) 등을 그 이유로 짚었다. 설문에 참여한 21학번 B 씨는 “에브리타임에서 얻는 정보가 항상 옳은 것도 아니고 공식적인 창구가 아니어서 사용하기 싫다. 하지만 에브리타임 외에는 소통 창구 또는 과제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 없어 삭제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실제로 11월 한 달 동안 성공회대 에브리타임에는 약 1,250개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이 중 약 340개의 게시글을 제외한 910개의 게시글이 학사 관련 정보에 관해 묻는 글이었다. 약 910개의 글 중에는 학내 사업이나 강의실 위치 등 간단한 질의를 하는 글이 150개에 달했다. 학내 일정, 사업, 복지 등 필수적인 정보가 재학생들에게 충분히 공유되고 있지 않는다는 뜻이다.
■ 소통창구 부재, 학생대표기구의 역할은?
현재 성공회대 학생대표기구인 제37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총비대위)의 유재민 위원장은 재학생들이 에브리타임에 의존하며 동시에 불편함을 느끼는 상황에 대해 “그전에부터 에브리타임이 어떤 소통 창구인가, 어떻게 쓰여야 하나 이런 논의들이 학생자치기구에서 이루어져 왔다”고 말한다. 이어 그는 “에브리타임이 대부분 익명으로 활동하는 공간이니까 부정확하거나 혐오로 발화되는 경우가 꽤 있다”며, “그런 상황이 대면에서 발생할 때와 달리 에브리타임은 (총학생회가) 제지할 수 없다”고 총학생회가 에브리타임을 주로로 활용하지 않는 배경을 설명했다.
또 유 위원장은 학생들에게 더욱 정확하고 안전한 온라인 소통창구를 위해 “에브리타임 외 대면 소통이나 SNS를 더 활발하게 사용하는 쪽”에 비중을 두고 있다며, 늘어나는 에브리타임의 수요에 대해서는 “총학생회의 역할에 대해 더 고민하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지난 10월 말 교육부에서 발표한 '교육 분야 단계적 일상회복 추진방안' 보도자료에 따르면, 대학의 경우는 대면 수업 운영을 원칙적으로 시행하며 학사 운영 정상화 방안을 추진한다고 한다. 성공회대 역시 대면 수업으로 전환한다면, 대면 소통 방식이 활성화되어 현재 에브리타임을 둘러싼 논의와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 그러나 학생 사이에서 약 2년 동안 지속된 소통 방식이 대면 수업 전환으로 모두 대체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에브리타임 활성화와 대면 수업의 전환에 대한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취재, 글= 김현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