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러도 대답 없는 “모두에게 열린 전공”
혁신융합·자기주도 전공 커리큘럼 부실, 무엇을 배우나?
성공회대학교 제3 전공자는 혁신융합전공 14명, 자기주도설계전공 2명으로, 2021년 기준 재학생 2,056명 중 총 16명이다. 제3 전공 정식 개설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1% 남짓의 저조한 참여율을 보인다. 한편 해당 전공생과 담당 교수는 제3 전공에 대한 낮은 수요의 이유로 학교 측의 운영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 제3 전공, 새로운 배움에 대한 기대
성공회대학교 제3 전공, 혁신융합전공과 자기주도설계전공은 2020년 2월 19일에 공식적으로 개설됐다. 교무처 학적 담당자에 따르면, 제3 전공은 융합 자율학부 학생들이 졸업학점 130학점 내에서 추가 등록금 없이 1, 2 전공 외에 관심 전공을 부전공(21학점)으로 이수할 수 있는 제도이다.
혁신융합전공자 백소현 학우는 입학 초 전공 커리큘럼과 졸업 요건 때문에 강의를 자유롭게 듣지 못했다. 백 학우는 어쩔 수 없이 청강하거나 제한 수업을 신청했다며 “다 떠나서 듣고 싶은 수업에 대한 열망이 너무 컸다”고 말했다. 백 학우는 제3 전공에 대해 “자신만의 학문 경로를 만들 수 있다” “스스로 자신의 길을 모색하려는 시도는 소중하다”고 말했다. 자기주도설계전공자 박상희 학우는 “듣고 싶은 강의는 교양 처리되더라도 들었다”고 말하며 백 학우와 같은 배움의 열망을 드러냈다. 박 학우는 제1, 2 전공과 더불어 제3 전공 자기주도설계 전공 선택에 대해 “미련은 없다”고 말했다.
■ 제3전공에 대한 학교 측의 ‘제3자 태도’
백 학우와 박 학우는 교무처에 제3 전공 운영 형태 문의를 여러 차례 시도했었다. 백 학우는 “사실 제3 전공이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고 어떻게 될지에 명확한 그림이 있는 건 아닌 거 같다”고 말했다. 자기주도설계전공자 박 학우는 이전에 혁신융합전공 선택을 고려했었지만, 교무처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는 답을 듣고 혁신융합전공을 포기했다. 이에 혁신융합국제문화전공 강성현 주임 교수는 “제3 전공은 담당 교직원이 없다”고 말하며 제3 전공 취지에 부합하는 학교 운영이 제도적, 조직적, 체계적으로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이와 같은 이유로 학생들이 제3 전공에 대한 정보 접근이나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부분은 공감한다고 전했다. 한편 교무처에는 인문, 사회, IT, 미컨 4개의 학부별 지정 담당자가 있다. 제3 전공은 교무처 학적 담당자가 관련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자기설계과정을 이수하려는 자는 지도 교수의 자문을 받아 자기설계과정 계획서를 작성해야 한다. 자기주도설계자 박상희 학우는 “자문을 너무 받고 싶었다”고 말했다. 당시 박상희 학우는 지도교수로부터 “그렇게 해라”라는 메일 답장이 전부였다. 이에 대해 강 교수는 “학생 혼자만으로 자기주도설계를 실패할 것 같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다수의 전공 설계세미나를 개설해 자기주도전공자들이 필수적으로 이수하는 방식 등을 제시했다.
혁신융합전공의 경우, 지난 학기 혁신융합 국제문화전공 선택 과목으로 신설된 ‘인터아시아 읽기’가 저조한 수강률로 폐강되었다. 이번 학기에 개설된 혁신융합 국제문화전공 선택 과목 ‘아시아 현장과 액티비즘’은 수강생이 6명으로 소규모 강의로 진행되고 있다. 강 교수는 “학생들이 제3 전공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채로 교과명만 보고 강의를 신청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남일성 교무처장은 “ 1, 2 전공 외에 제3 전공을 이수하기에 학생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 제3 전공 커리큘럼이 기존 1, 2 전공 개설 과목을 엮어서 인정하기 때문에 새롭지 못하다”고 말하며 제3 전공 이수자가 저조한 이유를 밝혔다. 남 교무처장은 과거 학교에서 제3 전공 설명회를 마련하지 않고 제3 전공에 대한 학교 운영제도가 미비한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 담당 직원 배치하고 학생들 선택권 보장해야

현재 제3 전공 이수자는 성공회대학교 1% 이하이다. 교무처에는 ‘제3 전공자 담당자’가 아닌 ‘학적담당자’가 배치되어있다. 제3 전공의 공식 개설 아래로 해당 전공 설명회는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성공회대학교 전공제 교육과정에 관한 시행세칙 제2장에 따르면, 제3 전공은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전공 이수 유형으로 기재되어있다. 그러나 현재 학교 측 제3 전공 운영 방식은 학생들의 자유로운 학습 선택권을 제약하고 있다.
학교 공식 홈페이지에 제3 전공은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인재로 성장”을 위한 “모두에게 열린 전공”으로 소개된다. 전공 운영의 핵심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더욱 수월하게 제3 전공을 선택하고 이수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식이 필요해 보인다.

취재, 글=박은비 기자
⦁ 참고자료
성공회대학교 규정집 제2편 학칙 및 학칙관련 규정 (학부)
성공회대학교 교무처 제3 전공 홍보 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