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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 계속해서 흥행하는 ‘수위 높은’ 콘텐츠의 장기 흥행 이유


넷플릭스 ‘청소년 관람불가’ 콘텐츠, 8주간 차트 1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가 인기를 얻음 따라 높은 수위의 콘텐츠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이는 기존 콘텐츠 창작과 소비 동향과는 다른 움직임이다. 변화하는 콘텐츠에 의해 소비자들이 자극적 콘텐츠에 둔감해지고, 무비판적 소비를 일삼게 되는 상황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최근 몇 년간 넷플릭스, 왓챠플레이, 티빙, 웨이브와 같은 OTT(Over-The-Top Media Service)는 우리에게 익숙한 미디어 플랫폼이 되었다. 특히 다른 연령대에 비해 20대의 이용률이 두드러지는데, 한국방송통신위원회의 「2020년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동영상 제공 서비스 이용률은 91.6%, 정액제·유료서비스 이용률은 33.4%로 20대가 가장 높았다. 국내 넷플릭스의 가입자는 2년 동안 9~10배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 10월 17일 한국 TOP10 콘텐츠 순위이다. ©Netflix
▲ 10월 17일 한국 TOP10 콘텐츠 순위 ©Netflix

최근 넷플릭스 ‘TOP 10 콘텐츠’를 살펴보면 과거와는 다르게 ‘청소년 관람불가’ 콘텐츠가 많은 인기를 얻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넷플릭스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9월 셋째 주부터 4주간 <오징어 게임>이 1위를 유지했고, 10월 넷째 주부터 3주간 <마이 네임>이, 11월 셋째 주는 <지옥>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모두 ‘만 18세 미만 청소년 관람불가’ 콘텐츠이고, 강도 높은 폭력성, 선정성을 포함하고 있다. 10월 17일 기준 ‘한국 TOP 10 콘텐츠’ 순위를 보면, <마이 네임>, <오징어 게임>, <극주부도>, <너의 모든 것> 4개가 청소년 관람불가 콘텐츠이다. 첫 한국 제작진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인 ‘옥자’ 개봉 연도인 2017년 한국 박스오피스 1위 <택시운전사>, 2위 <신과 함께>와는 인기를 얻고 있는 콘텐츠의 성격이 다르다. 과거 극장 개봉 영화나 지상파 방송에서는 ‘청불 딱지’가 제약이었다면, OTT 플랫폼에선 오히려 흥행을 이끄는 ‘기회’가 되고 있는 것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가 이러한 양상을 보이는 데에는 방송 심의로부터 자유롭다는 점이크게 작동한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방송법상 방송사업자가 아니기 때문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받지 않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드라마 <킹덤> 제작발표회에서 김은희 작가는 지상파에서는 좀비 사극이 불가능하지만 넷플릭스에서는 가능하다고 말한바 있다. 이는 제작자들도 자유로운 표현방식의 보장을 위해 제작 및 유통 플랫폼으로 넷플릭스를 선호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렇게 공급된 콘텐츠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신선한 콘텐츠로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었고, 수요가 높아지며 다시 콘텐츠 공급이 활발해지는 순환의 고리를 만든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이용자들은 자극적인 콘텐츠에 자주 노출되고, 반복되는 노출은 이용자를 폭력성, 선정성, 저속성, 모방위험성 등 청소년 관람불가를 결정하는 수위에 대한 거부감을 낮춘다. 동의대 광고홍보학과 김민정 교수는 이를 자주 보면서 친숙해지면 그것에 호감이 생기고 긍정적인 태도가 나타난다는 뜻의 ‘단순노출효과(Mere Exposure Effect)’라고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단순 노출은 거부감이 상쇄되고 공포에 둔감해지는 효과와 모방효과까지 일으킨다”고 한다. 또한 수위 높은 콘텐츠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폭력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이 누그러지고, 폭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약화됨으로써 폭력행위가 증가한다는 둔감화 이론이 그것이다.”고 말한다.




▲ 넷플릭스 블로그 제공 ©Netflix
▲ 넷플릭스 블로그 제공 ©Netflix


현재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 인기를 얻으며 등장하는 캐릭터, 옷, 게임 등이 인터넷 ‘밈(Meme)’으로 소비되고 있다. 넷플릭스는 지난 9월, 이태원역사에 ‘오겜월드’를 설치했다. 극 중 등장하는 학살 로봇을 ‘마스코트’로 설치하고, 대량 학살이 이루어지는 장소를 현실에 재현했다. 그 역할과 장소가 갖는 의미는 삭제된 채 유희로써 향유할 수 있도록 말이다.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이 새롭게 등장함에 따라 콘텐츠 성격과 시청 및 소비 패턴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한편 당장의 유희와 자극이 장기간 반복될 때 이용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우리의 콘텐츠 제작 및 소비 방식이 이대로 괜찮은가, 질문해봐야 하는 시점이다.










취재,글= 최성주 기자

참고자료


⦁ 한국방송통신위원회의 2020년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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