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대 제5대 인권위원회 비대위 체제로


대학 내 인권 자치기구 축소로 ‘공론장 위축’ 우려

2021년도 9월 27일, 성공회대 하반기 임시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에서 제5대 인권위원회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로 인준받았다. 인권위원회가 출범하고 처음으로 비대위 체제가 된 것이다. 인권위원회의 역할과 활동 범위의 축소는 학내 구성원이 함께 인권 사안을 공유하고, 논의할 수 있는 공론장의 축소를 의미하기도 한다.


2019년도 제4대 인권위원회와 성폭력 상담센터에서 진행한 ‘교내 성폭력 실태조사’ 설문조사에 의하면, 응답자 190명(전체 학생의 약 20%) 중 90명이 ‘수업 시간 중에 성차별적 발언, 성소수자·여성혐오 발언 경험’을 했다고 답했고, 그중 81명이 가해 지목 대상에 ‘교수/강사’를 꼽았다. 또한, 성폭력 가해자로 1위가 ‘동기’, 2위가 ‘선배’로 꼽히며 수업에서 술자리까지 다양한 범위에서 성폭력 문제가 발생하고 있었다. 학내 구성원 간 언제든 인권 침해가 발생할 수 있는 학교에서, 인권위원회의 축소는 특별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인권위원회, 학내 인권문화 형성과 문제 해결의 주체

학생이 주체로 인권 문제에 대응하는 공식 자치기구 인권위원회는 2015년도 전학대회에서 ‘인권위원회’라는 이름으로 학생회칙에 처음 명시되었다. 당시에는 후보자가 나오지 않아 2016년도 상반기에 1대 인권위원회가 정식 출범했다. 인권위원회는 총여학생회를 계승한 조직으로 여성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권 침해 사안에 개입하고 있어 자발적으로 ‘인권위원회’라는 명칭으로 변경했다.


2021년도 제5대 인권위원회 김동률 비대위원장은 인권위원회를 “학내 인권 문화를 형성하고 인권 침해 사항이 발생했을 때 그에 대응하고, 피해자를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학생자치기구”라고 정의했다. 인권위원회는 매년 3월, ‘새내기 배움터’에서 신입생에게 인권교육을 진행하고, 선거기간에는 학생회장단, 전공대표단 후보에 성평등 교육을 진행한다. 2학기 초에는 인권 친화적인 캠퍼스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인권주간을 개최한다. 또한, 생리공결제 확대 설문조사, 배리어프리 학교시설 조사, 립뷰 마스크 나눔 캠페인, 인권모니터링 가이드라인 제작 등 시기적으로 필요한 학내 인권 보장 사업을 진행한다.

■ 인권위원회, 문제의 ‘공동체적 해결’과 인권활동가 양성

현재 성공회대학교는 인권 문제를 따로 다루는 부서 없이 성폭력 상담실에서 성폭력 신고를 받고 있다. 인권위원회는 성폭력을 포함한 다양한 인권 문제 신고를 받고 있다. 김 비대위원장은 “두 곳 모두 신고가 들어왔을 때 피해자가 원하는 방식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차원에서 크게 차이는 없겠으나, 학생사회로 보았을 때 학교에서 운영하는 건 외부이고, 인권위원회의 대응은 내부의 대응이라는 차이가 있다”고 답했다.


인권 문제는 학생과 학생 사이에서 발생할 수도 있지만, 학생과 교수 사이, 교수와 조교 사이, 혹은 학교 시설과 피해를 느낀 당사자 사이 등 다양한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학교에서 운영하는 센터는 교수 등 권위자가 가해자일 때 신고 및 징계가 제대로 이뤄지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또한, 제37대 총비대위 유재민 비대위원장은 “인권위원회는 선출된 임원의 기조에 따라 인권 부문에 대한 접근이 달라지는 학생회 등의 자치 기구와 다르게 인권 관련 사항을 살피는 역할을 하는 기구로써 항시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에서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 2021년 4·20 장애인차별철폐의 날 인권위원회가 진행한 비대면 교육 ⓒ인권위원회
▲ 2021년 4·20 장애인차별철폐의 날 인권위원회가 진행한 비대면 교육 ⓒ인권위원회

인권위원회는 인권 활동가를 양성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내부에서 인권교육을 받고, 학내에 인권교육 사업을 진행한다. 김 비대위원장은 “학교 본부의 일방적인 해결이 아니라 학생사회에서 인권 의제에 관해 공론장을 열어 서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끌어내는 것이 인권기구가 운영되는 가장 큰 의미”라고 답했다.





■ 비대위 1인체제로는 공론장 역할 어려워

성공회대는 2018년도에 학부제가 도입되면서 사회융합자율학부를 제외한 모든 학생 자치기구가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되는 학생사회 침체기를 맞았다. 당시 인권위원회는 ‘준비모임’이 되면서 존재의 위기가 있었다. 그러나 2019년에 다시 제4대 인권위원회가 자리를 잡아 사업을 진행했다. 이후 장기화되는 팬데믹 상황에서 2021년 9월 비대위로 인준된 제5대 인권위원회의 활동 인원은 김 비대위원장 1인이 전부다.


인권위원회는 학교 대표자들이 개최하는 전학대회에서 찬성 여부를 받아 인준되는 간선제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는 인권 문제 신고 대응 차원에서 비밀 보장 유지가 중요하고, 인권 의식이 있는 인원이 활동하기 위한 제도이다. 하지만, 이는 내부에서 최소한의 활동 인원을 유지해야 하는 취약점이 되기도 한다. 총학생회 유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대가 다음 임기를 재생산하는 데 큰 힘을 쓰지 않으면 (존속하기)어려운 구조”라며 “비대위로의 전환보다는 1인 체제가 더 심각하다”며 인권위원회의 활동 역량이 줄어든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 제4대 학생회 ‘너머’ 신한빛 학생회장은 “지난 11월 정·부 학생회 선거기간에는 후보자의 인권 교육을 위해 외부 강사를 초청해야 했다. 그러나 외부 강사는 학생사회 구조에 맞춰 권위주의와 성평등 교육을 하는 데 있어 한계가 있다”며 학내 인권 관련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구의 축소로 인한 어려움을 전했다.


■ 인권위와 학교 인권센터 연대로 활로 모색 필요

지난 12월 6일 전학대회에서 새롭게 인준된 제6대 인권위원회 역시 이훈 인권위원장 1인체제이며 현재 활동 인원 모집 중이다. 박경태 학생복지처장에 의하면, 정부 지침상 2022년 3월, 성공회대 내 인권센터가 설립된다. 성공회대가 운영하는 인권센터와 학생이 주체가 되는 인권위원회가 연대해 학내 인권 문제 대응에 있어 더욱 원활히 작동하게 될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취재, 글=박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