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을 전복하라! 기후 정의 외침


기후위기로 인한 농민 피해 심각, 당사자 배제된 탄소중립위


지난 10일, 서울에 이른 첫눈이 내렸다. 지난해(12월 10일)보다 한 달이 빨랐고, 평년(11월 20일)과 비교해서도 10일 빠른 기록이다. 첫눈을 마냥 반가워하기에는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가 현실이 되고 있다. 가을장마에 이어 때아닌 한파 특보에 이르기까지 계속된 이상기후에 전국의 농가에는 한차례 소동이 휩쓸고 지나갔다. 특히 수확 시기에 찾아온 냉해로 타격을 입은 양상추 가격이 급등하며 햄버거 프랜차이즈가 양상추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했다. 연이은 장마로 인해 배추에 무름병이 생기며 김장철을 앞두고 공급 물량을 확보하는 데에도 차질을 빚었다.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기후위기 때문에 한국 밥상에 빠질 수 없는 주요 식자재(쌀, 배추, 고추, 마늘, 복숭아)가 위협받고 있다고 밝혔다. 쌀은 수확량이 계속 감소하면서 2020년에는 52년 만에 최저 자급률을 기록했으며, 만일 기후위기가 지속된다면 향후 쌀 생산량은 25%나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강원도 고랭지 배추 재배 면적 역시 2000년대 이후 절반 아래로 감소하는 등 기후위기 피해를 직격으로 맞고 있다고 전했다. 지금처럼 온실가스가 배출된다면 기온상승만으로 이번 세기말에 생산량이 85% 감소할 수 있다. 이는 농민들에게 치명적인 삶의 위협이다.



▲탄중위가 열린 노들섬에서 시위 중인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 ©청소년기후행동
▲탄중위가 열린 노들섬에서 시위 중인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 ©청소년기후행동


이 상황에서 더욱 중요해진 것은 바로 ‘기후 정의’이다. 기후위기에 따른 불평등은 이미 곳곳에서 실현되고 있는 데다가 이는 개인이 아닌 사회 전체가 함께 책임져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대량으로 화석연료를 사용하고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산업의 책임은 더욱 크다. 하지만 여전히 기후위기 대응을 논하는 자리에서 기후위기 취약층은 배제되는 게 실정이다. 올해 열린 탄소중립위원회(이하 탄중위) 민간위원 중 농어민, 빈민, 소상공인을 대변할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노동자를 대변하는 이도 한국노총 1인에 불과했다. 반면, 산업을 대변할 사람들은 다수였다. 탈석탄을 요구하는 청소년들에게 결석시위 등 청소년다운 이야기를 하라며 통제했다는 탄중위의 상식 밖 행동도 전해진 바 있다. 논의에 참여했던 청소년기후행동 오연재 활동가는 지난 8월 25일, 탄중위 민간위원직을 사퇴하며 “비민주적이고 당사자들을 배제하는 현재 탄중위의 논의방식을 거부한다. 탄중위는 당사자들은 여전히 배제된 채 정부와 산업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작동되고 있다.”는 입장이 담긴 사퇴선언문을 공개했다.



기후위기 당사자가 배제된 논의에서 산업계 입장만이 반영된 대안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의 2030 온실가스 감축 시나리오는 실제 감축이 아닌 기업의 녹색 산업을 확대하고 지원하는 방안이 주를 이루었다. 해외사례와 비교해보면 차이가 더 뚜렷하다. 베를린의 경우,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개인 차량에 대한 규제를 논의하지만, 한국은 전기수소차량을 늘리겠다고 했다. 기후위기의 주범인 기업들의 배만 불리우는 격이다. 올해 글로벌기후행동은 입으로만 떠드는 변화를 비판하며 운동 메인 해시태그를 ‘#시스템을전복하라’로 선정했다. 정부와 기업은 말장난에 불과한 기만행위와 구색 맞추기에 급급한 형식적인 논의를 당장 그만둬야 한다. 기후위기는 자본의 논리에만 머물러서는 해결할 수 없다. 지금은 녹색 성장이 아닌, 기후정의를 내세운 시스템 전환과 피해 보상에 대한 적극적인 논의가 시급한 때이다.









글 = 허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