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따로 또 함께, 청년들의 기후 활동
다양한 방식으로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3인의 청년
영국 바스대학교와 스탠포드 글로벌보건 혁신센터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16~25세 청년 약 45%가 기후위기에 따른 불안과 고통이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기후위기가 가속화하며 미래 세대 당사자인 청년들이 생존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뜻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다양한 ‘기후 활동’을 펼치고 있는 청년 3명을 만났다.
기후위기에 대한 각국 정부와 대규모 기업의 충분한 대응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직접적 당사자인 청년들은 더욱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10월 31부터 11월 12일까지 진행된 제26차 유엔기후협약 당사국 총회(COP26)는 기존 방식과 달리 청년의 목소리에 주목했다. 본 총회 전에 진행된 사전 총회는 각 지역의 청년 활동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공동성명과 대책을 내놓는 #YOUTH4CLIMATE 회의가 주축이 되어 진행되기도 했다.
한국의 청년들 또한 이 흐름에 함께하고 있다. 지난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기간에는 청년기후긴급행동이 기후위기의 경각심을 알리기 위해 ‘기호 0번 김공룡’을 출마시키며 이목을 끌었다. 기후변화청년모임 빅웨이브는 2016년 15명의 멤버로 시작했지만, 4년이 흐른 작년에는 회원이 320명으로 늘어났다. 청년들의 기후 활동이 여러 방면에서 확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 3명을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기록했다.
■ “나부터 실천하면 자연스럽게 친구들도 따라해요” 이수민(20)
수민은 지난해부터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꾸준히 개인적인 실천을 하는 중이다. 그는 “환경에 관심이 있었지만, 실천적인 활동에도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라고 한다. 그가 본격적으로 기후위기와 실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플라스틱이 많이 나온다는 뉴스를 보고 본격적으로 환경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며 플라스틱 배출과 생태계 파괴의 심각성을 느끼고 본격적인 실천을 시작했다.

수민은 다양한 실천을 하고 있었다.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텀블러 사용하기 등 수민이 하는 활동을 모두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는 “실천을 할수록 관심이 커지고, 시각이 넓어진다”고 말했다. 그가 처음에 시작한 것은 재활용과 분리수거 꼼꼼히 하기 정도였지만 관심이 깊어지며 활동 영역을 점차 확장했다. 수민은 스스로 하고 있는 실천들이 일상이 되었다고 말했다.
또 수민은 본인이 하는 활동을 SNS에 공유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친구들이 친환경적 실천에 관심을 가진다며 자연스럽게 다른 이들의 실천을 이끌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너 이런 활동하냐! 나도 하고 싶다!’라는 식으로 메시지가 온다. 이런 활동들을 나만 조그맣게 해도, 보여주면 사람들에게 자기도 모르게 실천을 하고픈 마음을 심어줄 수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 “혼자 잘 살기보다 다 같이 잘 살아야” 이나경(23)
나경은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이다. 나경은 청년기후긴급행동을 “기후위기에 대해 공부만 하지 말고 청년들의 목소리를 직접 내보고 액션을 해보고자 해서 모인 단체”라고 소개했다. 그가 처음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기 시작한 것은 지금과 같이 탄소를 배출하면 지구가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된다는 것을 알고 나서부터다. 이후 나경은 밖에서 활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나경은 공부와 연구도 중요하지만, 그와 더불어 실질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특히 국회의원, 환경부 장관이 청년과 소통한다는 보여주기식 행사에 동원되기보다, 청년들이 직접 행동에 나서는 ‘액션’에 갈증을 느꼈다. 그렇게 나경과 청년기후긴급행동은 ‘다이 인(die-in)’ 퍼포먼스, 김공룡 출마 프로젝트, 그리고 각종 피켓팅 등을 진행했다. 그들은 액션에 어려운 내용을 담기보다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에 초점을 맞췄다.
나경은 거대한 기후위기 문제가 한 번에 해결되리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가 하다 보면 누군가 또 함께할 것이다. 분명히 2018년보다는 2021년에 사람들이 기후위기를 더 많이 생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탄소배출 감축 목표도 높아졌고 기후위기나 그린뉴딜, 탄소중립 이런 단어들이 익숙해진 것도 있다. 조금씩 세상은 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민들의 행동에도 여전히 제자리걸음 하는 정부 기업에 대해 무력감을 느낀다며, “무력해질 때마다 사람을 만나야 한다. 그래도 나랑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이 또 있구나, 나는 혼자가 아니구나 생각한다. 같이 슬퍼하고, 괴로워하고,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과 같이 활동하면 뭐라도 바뀌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나경은 “나 혼자 잘살기보다는 민주사회의 일원으로서 다 같이 잘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며 미래를 상상했다.
■ “저는 환경운동이 아닌 정당 활동을 하고 있어요.” 최혜성(19)
현재 청소년 녹색당에서 활동 하고 있는 혜성은 자신을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현재 청소년 녹색당에서 청소년의 위치에서 어떻게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을 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혜성은 17살에 녹색당에 가입했다. 그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다양한 방식 중 정당 활동을 선택한 이유로 “정당이 대안을 내는 곳”이라 생각한다며,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직접 구상하고 제안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혜성은 고향 상주에서 직접 기후변화를 체감하면서 기후위기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어릴 적 물놀이를 하던 낙동강은 4대강 사업으로 더는 찾을 수 없게 되었다. 맑은 공기를 자랑하던 경지에는 점차 많은 농약차가 들어섰다. 산등성이는 대규모 산업으로 인해 깎여 본모습을 잃어갔다. 그렇게 혜성은 몸소 기후위기를 느꼈다.
혜성은 개인의 실천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기후 활동의 전부가 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개인적 실천이 가능하게 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 말했다. 그는 예시로 보행권을 들었다. 정부가 나서서 차보다 사람이 걷기 편한 환경을 조성하여 개인이 자연스럽게 실천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에 더해 혜성은 “정부가 환경에 대한 개인의 실천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도록 인프라를 구축하는 동시에, 기후위기 대응책을 개인의 실천이라는 좁은 폭으로 환원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기후위기는 폭염과 장마, 한파, 바이러스와 같은 모습으로 우리 일상 속으로 점차 파고들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자연의 경고는 앞으로를 살아갈 청년들에게 더욱 무거운 과제가 된다. 그에 따라 청년들은 생존에 직결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일상과 활동을 일궈가고 있다. 혜성은 ‘기후위기 시대에 청년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개인이 살아가는 맥락 속에서 기후위기를 생각해보고, 무엇이 필요한지 돌아보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수많은 청년 중 누군가는 개인적 실천을 하고, 누군가는 단체 액션을 하며, 또 누군가는 정당 활동을 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도 각자의 위치에서 맞춰 더 나은 내일을 위해 꾸준히 행동을 이어간다는 것이다.
지구 생태계가 돌이킬 수 없는 한계를 넘어서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는 스스로의 삶에서 어떤 선택과 행동을 할 수 있을까. 앞선 3명의 든든한 청년들에게서 조그마한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취재 = 박서연, 조이령, 이시윤, 노준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