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도 근로자다

"매일 아침에 사무실에 들어올 때마다 오늘은 또 뭘 가지고 트집을 잡으려고 할까 봐 그 불안감이 계속 들더라고요.“
박주연 씨는 전남 진도의 한 장애인 이동지원센터에서 일했다. 그녀는 지난 2년간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려 약물치료까지 받을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구제받을 수 없었다. 그녀의 직장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적용되지 않는 5인 미만 사업장이기 때문이었다. 결국 그녀는 전남 인권센터와 국가인권위원회를 통해서야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인권기구의 시정 권고는 법적 강제력이 없으며 그녀는 이 과정에서 해고를 당하기까지 했다. 현재 그녀는 지친 마음으로 진도군의 조치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 10월 30일 자 《KBS》 보도에 따른 내용이다. 박 씨의 사례는 직장에서 괴롭힘을 당해도 보호받을 수 없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현실을 보여준다.
어디 직장 내 괴롭힘 뿐일까.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상의 부당해고 구제, 주 52시간 상한제, 연장근로수당, 연차 휴가 등의 규정들을 적용받지 못한다. 충분한 휴식 없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언제든 해고될 수 있는 환경에 처해 있는 것이다. 이들을 ‘합법적으로’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로 내모는 것은 다름 아닌 근로기준법이다. 근로기준법은 11조에서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만 이 법을 적용한다고 규정한다.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기준인 근로기준법이 사업장 규모를 두고 노동자들을 차별하는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2018년 기준 455만 명이다. 전체 노동자 중 28%로, 네 명 중 한 명꼴이다.
필자의 가족도 그중 한 명이다. 형은 지난 6월부터 서대문구에 위치한 5인 미만 식당에서 요리 일을 시작했다. 근로시간은 아침 9시 반부터 밤 9시 반까지로 주 60시간에서 72시간을 일한다. 하지만 연장근로수당과 연차 휴가는 주어지지 않고 바쁜 주말에는 휴식 시간조차 없다. 대체 공휴일은 평소보다 손님이 많은 날일 뿐이다. 일의 특성상 불 앞에서 무거운 웍을 다루는데 직원 수가 적어 노동 강도가 매우 높다. 형이 기진맥진한 상태로 퇴근할 때는 이미 컴컴한 밤이고 집에 도착해 늦은 저녁을 때우고 나면 어느새 잘 시간이다. 형에게는 개인 시간도, 제때 끼니를 챙겨 먹을 여유도 없다. 잠자는 시간마저 부족해 아침마다 무거운 몸으로 출근한다. 이처럼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현장에서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신음한다.
위 사례에서의 노동 조건들은 5인 이상 사업장일 경우 모두 근로기준법상 불법들이다. 합법과 불법의 경계 속에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차별의 희생자가 된다. 하지만 차별은 근로기준법에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1월에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은 5인 미만 사업장을 제외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산재 사망자의 35%가 5인 미만 사업장 소속이었다. 5인 미만 사업장의 사고 발생률이 300인 이상 사업장보다 3배 이상 높다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 결과도 있다. 정작 산재 사고가 만연한 5인 미만 사업장에 산재를 예방하기 위한 법이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오늘도 최소한의 법적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 채 일한다. 장시간 착취당해도 그만, 괴롭힘당해도 그만, 잘려도 그만이다. 다름 아닌 근로기준법이 그렇게 만든다. 차별은 다른 법에서도 5인 미만 사업장을 배제하면서 심화한다. 근로기준법 11조 규정이 폐지되어야 하는 이유다. 그동안, 이 규정은 폐지 시 영세사업장에 부담이 된다고 유지되어 왔다. 하지만 영세사업장이 어렵다면 노동자의 권리를 박탈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책임지고 지원을 해줘야 한다. 현재 근로기준법 11조가 폐지된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되어 있다. 일하는 사람 누구나 존엄성을 존중받을 수 있도록 지금 당장 개정안이 입법되어야 한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도 근로자다.

글 = 김경호 기자